그린매일

[연재] 가을의 길목, 산기슭에 보초를 서는 ‘로마 병정 투구꽃’: - 한윤석의 야생화 스케치(66), 투구꽃속(Aconitum)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바꽃과 투구꽃 종류로 국내에 23종 기록
- 아코니틴이라는 맹독성 물질을 함유, 궁중에서 사약으로 사용.; 2022.09.23 14:18 입력

<table width="751"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_detail" style="margin-right: 10px;"><tbody><tr><td><img alt="[연재] 가을의 길목, 산기슭에 보초를 서는 ‘로마 병정 투구꽃’" width="751" align="absmiddle" src="http://greenmaeil.co.kr/PEG/16639099402173.jpg"><div align="center" id="news_caption">투구꽃속 식물은 우리나라에서 투구꽃과 바꽃 종류로 불리며 23종이 있다.</div></td></tr></tbody></table>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의 길목, 산기슭에 로마 병정의 모습을 하고 보초를 서는 꽃들이 있다.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인 투구꽃속(Aconitum)으로 독성식물의 옛 라틴명인 아코니툼(Aconitum)을 속명으로 분류하는 투구꽃과 바꽃 종류다. 두 종류 모두 꽃의 모양이 마치 고깔이나 투구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깔이라고 생각하면 꽃이 어쩐지 다소곳해 보이지만, 투구를 썼다고 생각하면 로마 병정의 투구를 닮아 용맹스럽게 보이니 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오락가락하게 만든다. 투구꽃속 식물은 크기도 비슷하고 색상도 비슷해서 일반적으로 구분해내기가 어렵다. 8월 말 피기 시작해 9~10월 절정을 이루기 때문에 가을을 대표하는 꽃으로 손색이 없다.   <o:p></o:p>투구꽃속(Aconitum) 식물은 전 세계에 약 250종 이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투구꽃, 백부자, 지리바꽃, 한라돌쩌귀, 진돌쩌귀 등 23종이 기록되어 있다.   <table width="751"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_detail" style="margin-right: 10px;"><tbody><tr><td><img alt="[연재] 가을의 길목, 산기슭에 보초를 서는 ‘로마 병정 투구꽃’" width="751" align="absmiddle" src="http://greenmaeil.co.kr/PEG/16639101152413.jpg"><div align="center" id="news_caption">지리바꽃 / 출처:국립공원공단</div></td></tr></tbody></table> <o:p></o:p> 바꽃의 한 종류인 지리바꽃(Aconitum chiisanense)은 지리산과 강원 이북에 분포하는 한국 고유종으로 큰 산지의 숲속 사면이나 계곡의 그늘에서 서식한다. 높이는 30~80cm이다. 바꽃의 잎이 3-5갈래로 갈라져 끝이 뾰족한데 비해, 잎이 5~7갈래로 가늘게 갈라지며 갈래가 깊게 파이고 뾰족한 톱니가 있어 구분된다.   <table width="75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_detail" style="margin-right: 10px;"><tbody><tr><td><img alt="[연재] 가을의 길목, 산기슭에 보초를 서는 ‘로마 병정 투구꽃’" width="750" align="absmiddle" src="http://greenmaeil.co.kr/PEG/16639101861126.jpg"><div align="center" id="news_caption">한라돌쩌귀/ 출처: 한라생태숲</div></td></tr></tbody></table> <o:p></o:p> 한라돌쩌귀는 한라산의 낙엽수림이나 계곡주변 등 부엽이 두껍게 쌓여 비옥하고 습기가 풍부한 곳에서 자란다. 9-10월에 숲길을 걷다 보면 한라돌쩌귀 꽃을 볼 수 있다.   <o:p></o:p>투구꽃속 식물은 자주색 또는 보라색 꽃망울을 터뜨리는 도도한 모습이 아름다워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하지만 식물체 내에 아코니틴이라는 맹독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 유독 식물로 잘못 섭취시 중추신경을 마비시켜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 한방에서는 말린 덩이뿌리를 초오(草烏)라 부르며 몸을 따뜻하게 하고 원기를 회복하게 하는 약초로 쓰인다.   <o:p></o:p>옛날부터 유독 식물인 이 꽃들의 독성이 이용된 것은 여러나라 문화와 문학 속에서 나타난다. 궁중에서 사약으로, 인디언이 화살촉에 발라 독화살로, 로마제국에서는 독살용으로 사용됐다.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에서 ‘제안의 독’으로, 그리스 신화에서 메데이아는 포도주에 투구꽃속 식물을 넣어 테세우스를 독살시키려 했다. 해리 포터에서는 투구꽃 물약(Wolfsbane Potion)의 재료로, 늑대 인간이 늑대로 변신했을 때에도 자신의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다.   <o:p></o:p>투구꽃의 보라색 색깔 역시, 이 꽃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보라색은 장엄, 풍요, 호화스러움을 연상시켜 고대 왕들이 애호했던 색이지만 이 색은 우울한 특질을 가졌으며, 불행과 단념을 암시한다. 게임에서 독을 표시할 때 보라색이 사용된 것도 투구꽃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o:p></o:p>보라색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아코니틴의 독성 때문일까! 투구꽃속 꽃들의 꽃말은 ‘밤의 열림’,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이다.   <table width="751"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_detail" style="margin-right: 10px;"><tbody><tr><td><img alt="[연재] 가을의 길목, 산기슭에 보초를 서는 ‘로마 병정 투구꽃’" width="751" align="absmiddle" src="http://greenmaeil.co.kr/PEG/16639102476202.jpg"><div align="center" id="news_caption">투구꽃/ 출처: 국립공원공단</div></td></tr></tbody></table> <o:p></o:p> 투구꽃이 시사하는 양면성에서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떠오른다. 인간의 이중적인 본성, 선과 악을 다룬 작품이다. 인간의 마음속에 공존하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분리할 수 없는 선과 악의 본성이 충돌한다. 양심과 도덕으로도 제어가 안 되는 내면에 숨어있는 악의 본성을 하이드의 행동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o:p></o:p>하이드의 행동을 통해 우리 시대 위정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안쓰럽다. 올바른 시대 정신을 만들어 가야 할 이들의 행위가 자신들의 입신과 영달을 위해 공정과 정의로움을 망각한 채, 좀비 집단이 되어 표류하고 있다. 투구꽃의 화려한 보라색으로 치장한 이 시대 위정자들의 내면에 숨겨졌던 독성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우리 사회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는 요즘, 이들에게 묻고 싶다?   <o:p></o:p>당신들은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고 있는지! <div class="hwp_editor_board_content" id="hwpEditorBoardContent" data-hjsonver="1.0" data-jsonlen="16467"></div>